오랜만에 동대문 시장을 방문해서 일을 처리하고 평소 인스타그램에서 눈여겨 봤던 신당역 12번 출구 근처 더 피터라는 카페를 방문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바로 옆 심세정 베이커리 카페를 방문했다. 더 피터는 지나가다가 슬쩍 봤는데 인스타그램에서 본 느낌보다는 조금 느낌이 덜 했다. 심세정 베이커리 카페는 빵과 앞 테라스 테이블이 유명한 듯 싶었는데 요새 카페 트렌드에 맞게 낡은 주택을 카페로 개조한 느낌이었다.
심세정은 카페 사장님 이름 같은게 아니었다. 굉장히 사람 이름 같지만 "마음을 씻고 쉬어가는 정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니 근데 정자는 경치가 좋은 곳에 지어놓는 건축물인데 사실 여기는 아파트에 둘러쌓여 있다. 아파트 뷰라고 할까. 심세정 카페로 고층 건물들이 쏟아질 것처럼 배치되어 있다. 신당 주변이 신축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사실 경치가 좋은 곳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신당(神堂)은 예전엔 무당들이 모여사는 무속촌이었고 그 명맥을 이어와 아직도 신점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은 한자가 변경되어 신당(新堂)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아무튼 카페 이름 뜻은 좋지만 위치와 별로 어울리는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보이는 건 시멘트 고층 건물이 다고 쉬어가기엔 터의 기가 조금 셀 것 같은 근거없는 느낌이 든다ㅎㅎ
서울 중심부에는 낡은 건물들이 꽤 많다. 그리고 최근, 최근이라고 하기엔 조금 오래 전부터이긴 하지만, 이런 건물들을 리모델링해서 가게를 여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소위말하는 힙지로(을지로)도 이러한 트렌드의 선구자적인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내 생각에 이곳 심세정의 매력 포인트는 낡음과 새로움의 공존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 있다. 테라스는 인상 깊진 않았지만 테라스에서 보이는 낡은 붉은 벽돌 건물들 사이사이 골목 뷰, 낡은 기왓장을 유지한 채 현대적인 건축물로 리모델링한 전시 공간들, 그리고 고층 아파트와 대비되는 낡은 가구 공장 건물 등. 힙지로와 비슷한 느낌의 "힙함"을 느낄 수 있다. 힙당이라고 해야하나?
사실 위에서 말한 힙함은 심세정 카페 자체의 매력이라기 보다는 신당역 주변 공간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신당역 12번 출구 뒷골목에 인스타태그블 한 많은 상업 공간이 생기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 아닐까? 낡은 것을 한 번 뒤돌아보고 그 낡은 공간에 젊은 세대의 감각을 더하면 이전엔 없었던 새로운 느낌이 탄생한다. 여기에도 많은 카페와 펍들이 생겨나겠지.
지나가다 본 주신당이라는 칵테일바도 정말 컨셉이 특이하다. 다 무너져가는 듯한 건물에 제대로 된 간판 하나도 없지만, 이미 인스타그램 같은 SNS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다. 주신당은 옛 신당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색다른 느낌의 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만약 SNS의 발달이 없었다면 이런 장소에 어떻게 찾아 올 수 있었을까?
생소한 골목 풍경들 뒤로 신축 아파트들이 보인다. 심세정 카페 자체로는 나중에 뭐 특별이 또 방문해야겠다. 라는 느낌을 받진 못했지만 신당역 주변의 특색있는 가게들을 한 번 찾아보고 방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꽤 많은 힙한 가게들이 생겨나지 않을까하고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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